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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원호

탄생의 순간

작품. [탄생의 순간]
주제: 경계 - 유기물과 무기물

나는 평소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다루는 사이버펑크, 바이오펑크 장르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.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고민하던 중, ‘경계’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. 이 단어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포괄할 수 있는 동시에, 창작 과정 자체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주제라고 판단하였다.

‘경계’라는 큰 틀 안에서 네 가지 소주제를 설정했고, 그중 하나인 ‘유기물과 무기물’을 주제로 작업한 이 작품을 대표작으로 삼았다.
이 주제를 구상하던 중, ‘기계의 몸으로 태어난 아기’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. 아기의 탄생이라는 본능적이고 생물적인 장면에 ‘기계성’을 부여함으로써, 그 존재가 과연 사람인지 기계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.
이 모티프를 섬세하고 기계적인 묘사 방식으로 구현하려 했다.

(1) 아기
작품의 중심인 아기는 출산의 순간을 형상화하고 있으며, 그 실루엣과 자세는 유기적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였다.
그러나 표면을 구성하는 요소는 호스, 나사, 기계 부속품 등 무기질적인 재료들로 표현하여, 생명과 비생명이 공존하는 독특한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하였다.
받치고 있는 손 역시 마찬가지로 묘사되며, 따뜻함과 차가움이 충돌하는 경계를 드러낸다.

(2) 배경
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아기에게 시선이 머물지만, 점차 시야가 배경으로 확장되면서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.
단순한 파이프 구조처럼 보이던 배경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기계 장치, 얼굴, 패턴 등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이미지임을 알 수 있다.
특히 비명을 지르는 듯한 얼굴들을 배경 요소로 삽입함으로써, 아기의 울음소리와 동조되는 듯한 청각적 환상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.

이 작품은 유기적 존재와 무기적 구조 사이의 경계를 시각화하며, 보는 이로 하여금 ‘생명’과 ‘비생명’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.